•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19일 보호출산제 시행, 가명 출산으로 '유령 아동' 해결…일각, 양육 포기 우려

등록 2024.07.18 06:00:00수정 2024.07.18 06:22:52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출생통보제·보호출산제 오는 19일 시행

익명 출산 출생신고 가능…유령아동 해결

전문가 "산모, 자택출산 후 양육 포기 可"

위기 임산부 직접 양육 선책 어려워 지적

[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19일 시행되는 보호출산제가 초읽기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호출산제가 고질병인 '영아 유기'의 구원투수 역할을 하지 못하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베이비박스. 2024.07.18. friend@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19일 시행되는 보호출산제가 초읽기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호출산제가 고질병인 '영아 유기'의 구원투수 역할을 하지 못하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베이비박스. 2024.07.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19일 보호출산제가 출산통보제와 함께 시행된다. 산모의 가명 출산으로 '유령 아동'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를 활용해 양육을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호출산제는 사회·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위기 임신부가 익명으로 출산하고 출생신고를 할 수 있으며, 출산한 산모가 신원을 숨기더라도 지방자치단체가 아동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보호출산제와 함께 시행되는 ‘출생통보제’로 병원 밖 출산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그 보완책으로 입법된 것이다. 미혼모 등 위기 임산부는 정부 지원 속에 가명으로 출산하고 출생신고는 지자체가 한다. 정부는 위기 임산부를 대상으로 충분한 상담과 지원을 통해 되도록 원가정 양육을 우선한다는 방침이다.

보호출산제는 지난해 출생통보제에 이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지난해 6월21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의 한 아파트의 냉장고에서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된 사건이 도화선이었다. 이후 감사원은 의료기관에서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유령 아동' 2236명이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회는 지난해 6월30일 본회의에서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 사실을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통보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출생통보제를 통과시켰다.

다만 출생통보제만을 시행할 경우 한부모 가정이 의료기관에서 출산을 하지 않거나 양육을 포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보완 입법'격인 보호출산제가 지난해 10월 본회의를 통과, 임산부는 국가기관과 상담을 거쳐 의료기관에서도 가명으로 출산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유령 아동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입법 취지와 기대효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보호출산제가 양육 포기 및 영아 유기 문제의 해법이 될 것이라는 데 의구심을 제기한다.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 사회 인식, 일자리 불안과 주거 불안정을 겪는 위기 임산부들이 직접 양육을 선택하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위기 임산부와 아동을 보호하겠다는 보호출산제 시행이 되지만, 미혼모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대책이 여전히 미흡다는 지적이다.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2009년부터 서울 관악구에서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주사랑공동체교회는 보호출산제를 앞뒀지만 산모의 양육 포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황민숙 주사랑공동체교회 센터장은 2010년부터 2024년까지 베이비박스에 넘겨진 아기가 2151명이라고 했다.

황 센터장은 "2022년 106명, 2023년 79명과 비교해 올해 7월까지 31명이 들어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다"면서 "임산부가 베이비박스에 맡기면 처벌을 받는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보고 불법적으로 양육을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호출산제를 도입해 법 사각지대에 놓였던 임산부의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됐다"면서 "시행을 해도 지원금이나 국가 기관 상담이 어떻게 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뉴시스] 베이비박스 속 아기. 뉴시스 DB.

[서울=뉴시스] 베이비박스 속 아기. 뉴시스 DB.

전문가들도 보호출산제 시행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를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보호출산제가 (오히려) 영아 유기를 조장한다는 입장도 있다"며 "제도 시행일은 다가왔지만 국가가 같이 도와줘서 양육을 포기하는 대신 잘 키워낼 수 있다고 안심할 수 있을 만큼의 제도를 마련해 놓지는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허 조사관은 국가 기관에서 상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보호출산제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출생통보제 때문에 아기를 낳으면 무조건 출생 등록이 되는 상황이다"며 "(상담이 미진할 경우) 이를 회피하고자 산모들이 자택 출산을 한 뒤 아기를 베이비박스에 놓고 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박성민 HnL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보호출산제 기대효과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입법 취지에 따라 가명 출산을 통해 기대하는 바가 달성되길 원하지만 상담이 형식적이면 양육 포기가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보호출산제의 맹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박 변호사는 '산모'의 가명 출산만이 논의가 됐다며 "생부는 현실적으로 보호출산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 센터장도 보호출산제 시행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산모의 안전과 함께 생부의 책임 소지를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는 19일 시행될 보호출산제를 앞두고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지난 11일 한국보건의료정보원에서 '출생통보 및 보호출산 제도 시행 추진단' 제4차 회의를 열어 제도 점검에 나섰다. 앞서 지난 5일부터 의료기관 현장에서는 가명 출산·진료를 시범 운영 중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